I_EA 공동창작 워크숍
2022.4.25(Mon) 📍 오브오브젝트
2주 간 나의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 
나는 얼마나 그 물건에 의존하고 있었을까? 
다른 사람은 같은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게 될까? 
물건에는 2주 간 어떤 흔적이 남을까?
2주 공동창작 워크숍이 시작되었다. 나의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잠시간 대여하는 것은 아이이어(I_EA) 워크숍의 시작을 알리는 일종의 의례가 되었다. 워크숍이 진행되는 2주 동안 다른 사람의 흔적이 묻은 물건을 사용하고 감상을 나누어 보는 것이 [초면에 물건 나누기] 활동의 내용이다. 물건을 나눔으로써 시간을 나누고 루틴을 나누고 습관을 나눠보는 활동으로 기획되었다. 보다 넓은 의의를 거창하게 설명하자면 아주 짧은 공유 경제 실현이며, 중독이나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보기가 될 수도 있겠다.
초면인 구성원들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먼저 인사를 나누었다. 작은 작업실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덕에, 익숙한 얼굴들도 섞여 있던 덕에 분위기는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각자가 가져온 ‘나눌 물건’에 대한 소개 시간을 가졌다. 사연을 들으면 들을 수록 물건을 받는 사람의 책임감은 막중해졌다. 
누구에게 물건을 줄지는 제비뽑기로 결정되었다. 어쩌다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돌고도는 관계로 공유를 하게 되었다.
소이 > 준원 : 그림 엽서 그리고 엽서와 한 몸이 된 스티커(스티커는 보존해주세요)
준원 > 연빈 : 한빛고등학교 머그컵. 아침마다 여기에 물을 마셨답니다. 연빈도 그래주세요.
연빈 > 소이 :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절.대.반.지.

예람 > 여준 : 아름다운 오즈의 마법사 팝업북과 슈퐁이(예람의 반려견)의 착륙 발자국이 찍힌 천사점토. 
여준 > 지연 : 여준이 대중교통에서 늘 끼고 있는 멀미방지 신체기관 헤드폰. 
지연 > 예람 : “스플랑크니조마이-창자가 끊어지는 마음으로” 글자가 새겨진 만년필

준미 > 준영 : 복을 불러다주는 귀여운 노란 토끼.
준영 > 준미 : 가죽 시계줄을 바꾼 지 얼마 안 된 소중한 아날로그 시계. 
아무리 지인에게라도 나의 소중한 물건을 빌려준다는 것은 어지간한 신뢰가 아니고선 쉽지 않다. 정당한 이유가 없을 때에는 굳이 시도하지 않을 일이기도 하다.  함께 작품을 만들어갈 창작집단으로서, 우리는 그것을 초면인 관계끼리 시도해보고자 하였다. 신뢰가 쌓이기 전에 신뢰가 쌓여야할 수 있는 행위를 먼저 해본 것이다.
관계의 시작은 ‘누군가가 어떤 물건에 어떤 시간과 어떤 마음을 쏟는다’라는 문장이 된다. 이는 함께할 상대에 대한 힌트이자 질문 자체가 되었다. 그것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상대를 바라보는 시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각자가 다를 것이다. 끈끈한 연결이 있는 물건을 나눠 그 연결까지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돈독하고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보고자 하였다. 그런 점에서 공유하기로 선택하는 물건은 각별하면 할수록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받았던 건 팝업북과 슈퐁이의 착륙 발자국이었다. 작업실에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자리에 두 개를 마치 수호신처럼 놓아두었다. 거의 매일 그 물건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잃어버리거나 손상해서는 안된다는 마음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것도 있었을 것이다. 내 것으로 채워진 물건들 사이에 예상보다 잘 어우러지기도, 계속 다른 정체성을 뿜어내고 있기도 했다. 
워크숍이 진행되는 2주 동안 이뤄지는 공유였지만, 몇몇 물건들은 2주가 훨씬 지나 7월 공연이 끝난 이후에야 원래 주인에게 돌아갔다. 
글 : 김여준 / 사진 : 예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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