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4+D (Human 14+ Days)  |  조영아
분해하고 조립되는 풍경
눈 부신 설산이 눈 안에 가득 차오른다. 시선은 뇌를 관통해 목덜미로 스며들고 그 속에서 상징이 드러난다. 젖은 나무의 냄새가 공기를 타고 퍼지며 건조한 콧구멍 속이 차갑다. 이곳이 겨울이다. 발끝에서 올라오는 촉감이 삭제된 공간을 그려내고 산봉우리가 메아리 친다. 바로 이곳, 이 산이다.
흐릿한 추상 속에서 뚜렷하게 떠오르는 삼각형의 반복은 산봉우리를 닮았다. 동시에 모서리가 사라진 도형으로 흩어진다. 산의 절경을 마주하며 조각난 도형과 선, 색으로 바로 그 산을 분해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이것이 겨울이고 이것이 산인가? 이것은 검정과 하양이고 이것은 세모이며 이것은 선이며 면인가? 형상과 추상이 부딪힌다.
구조와 자유, 반복과 해방
나의 뒷발에서부터 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두구닥 두구닥. 움직임의 리듬이 진동한다. 반동의 힘으로 다시 달린다. 나는 숲을 질주하는 야생마로 태어난다. 명확하게 짜여진 프레임 안에서 끝없는 공간을 느낀다. 반복되는 영상처럼 나의 자유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경쾌한 색채의 선과 면의 정렬은 하나의 나무이자 자연의 리듬이다. 색의 반복은 규칙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움직임을 품고 있다. 고정된 캔버스 안에 담긴 풍경은 역설적으로 갇혀있으며 멈춰있기에 무한한 공간성과 움직임의 에너지를 갖는다.
작품은 시선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며 사유하게 한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보고 있는가? 이 질문은 또 다른 방향으로 이어진다. 어떻게 볼 것인가? 어디까지 볼 수 있는가? 장면은 눈 앞의 풍경에 멈추지 않으며 모든 감각을 작동시킨다.
2024.12.
조영아 @aroze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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