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ile | Figment | Filled | Festival 깨지기 쉬운 형상으로 가득 찬 축제
1.
Fragile
김나연 작가
우리들의 아주 오래된 친구에 대하여.

<No.025_지금 뭐 하는 거예요? No.025_What are you doing now?>, 김나연, 2024, 캔버스에 아크릴, each 50x50(cm)
우리는 가난하고 비참하여 제대로 갖추지 못한 차림으로 그대에게 간다. 그대는 도시에 온지 3년만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계획된 집을 지었다.
우리가 노동할수록 점점 더 가난해져 마침내 길 위에서 살기 시작한 것과 정확히 같은 시기였다.
그대의 현관은 푹신하고 달콤하다. 우리들을 유혹하는 사랑스럽고 몽환적인 색채들은 바로 그대가 고안한 것이다.
그대의 환대는 때로 비열하게 여겨지고 그대가 가진 지혜와 경험은 모독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어쩌면 그 역시 비루하고 고통스러운 우리의 환상이며 그대가 희생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겸연쩍게 솟아 오른다. 어쨌든 그대는 우리 존재의 허망함과- 인간의 긍지에 대한 냉소를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노동할수록 점점 더 가난해져 마침내 길 위에서 살기 시작한 것과 정확히 같은 시기였다.
그대의 현관은 푹신하고 달콤하다. 우리들을 유혹하는 사랑스럽고 몽환적인 색채들은 바로 그대가 고안한 것이다.
그대의 환대는 때로 비열하게 여겨지고 그대가 가진 지혜와 경험은 모독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어쩌면 그 역시 비루하고 고통스러운 우리의 환상이며 그대가 희생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겸연쩍게 솟아 오른다. 어쨌든 그대는 우리 존재의 허망함과- 인간의 긍지에 대한 냉소를 불러일으킨다.

, 김나연, 2024, 캔버스에 아크릴, each 50x50(cm)

김나연, 2024, 린넨에 아크릴, 10x100(cm)

김나연, 2024, 린넨에 아크릴, each 80.3x116(cm)
그대는 아마 우리의 난폭함을 알아차렸을 테고, 이제는 저 벽 너머에서 숨죽이고 있다. 과장된 동작으로 환영해야 할지 조심스럽게 다가와야 할지 그대는 측정할 것이다. 우리도 그대를 안다. 우리는 이미 서로를 알고 있고 서로를 서글피 여기고 있다.
가까이 다가온 그대는 예상보다 훨씬 늙어 보이고, 이미 움직임은 불편해 보인다. 매달린 라인과 호스들은 그대를 살려두는 동시에 부자유하게 한다. 우리들은 이미 그대를 위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리고 그대는 그것을 알고 있다. 어눌하게 청해지는 인사. 그대의 눈동자가 우리를 응시하고, 우리들은 공포에 질려 휘청인다.
가까이 다가온 그대는 예상보다 훨씬 늙어 보이고, 이미 움직임은 불편해 보인다. 매달린 라인과 호스들은 그대를 살려두는 동시에 부자유하게 한다. 우리들은 이미 그대를 위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리고 그대는 그것을 알고 있다. 어눌하게 청해지는 인사. 그대의 눈동자가 우리를 응시하고, 우리들은 공포에 질려 휘청인다.

<No.030_서류는 안 볼 건가요? 혈액 검사 결과나 뭐, 그런 거요. No.030_Are you not going to look at the documents? Blood test results or something.> 김나연, 2024, 린넨에 아크릴, 10x100(cm)
그대가 나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나 역시 그대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의심하면서도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그대의 눈을 들여다본다.
그대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들을 해체하고- 우리의 가장 내밀한 곳에서는 기다리고 있다. 그대의 영원할 악몽이 될- 영혼. 우리는 벌써 그대를 위해 슬퍼한다.
그대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들을 해체하고- 우리의 가장 내밀한 곳에서는 기다리고 있다. 그대의 영원할 악몽이 될- 영혼. 우리는 벌써 그대를 위해 슬퍼한다.
그대의 육체는 수정처럼 맑고
말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말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No.026_위즈예요. No.026_It’s Weeds.> 김나연, 2024, 린넨에 아크릴, each 80.3x116(cm)
2025.02.
이라 @ila_ag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