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음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행위로 만나니까.

좋아하는 것을 맘껏 사랑하는 방법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 어떻게 하나의 행위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은 행복해서도 그림을 그리고, 너무 괴로워서도 그림을 그린다. 이건 영원한 미스테리일 것이다. 글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도 마치 사람을 부릴 수 있는 어떤 존재인 것 마냥 말하게 되는 건 그 이유에서인지 모르겠다. 사람 마음의 가짓수는 무한대여도 할 수 있는 행위는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참으로 복된 행운이다. 우리는 마음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행위로 만나니까.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그림을 앞에 두고 만난다. 그림을 그리지 않은 사람도 건너에 있는 누군가의 많은 습관을 벗삼아 이야기를 나눈다.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정서와 그림들을 한 데 마주치며 그런 생각을 한다. 골똘함에서 나오는 아주 작은 비틂, 거기서 나오는 유머와 행복감, 그로부터 또 그려나가기. 혼자만 여기 놓였다면 볼 수 없었을 것들은 함께 보면 보인다. 그럼에도 아마 영원히 볼 수 없는 어떤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즐겁다며 깔깔깔 웃을 수 있고 그 좋았던 기억은 언젠가 잊혀질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망각이 아무 상관이 없어지는 순간도 있다. ‘무장해제’라는 말이 떠오른다. 나를 포함한 모두 앞에 고집을 내려놓게 되는 순간. 그제야 진짜로 온몸에 힘을 빼고 춤을 추고 소리를 내며 야단법석을 떨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25.05.
김여준 @kimyo_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