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laid | Observation | Ongoing | Orbit 겹쳐진 관찰이 나아가는 궤도

3.
Ongoing
정우미 작가​​​​​​​
전시장 전경
전시장 전경
<눈맞춤 #31 Eye Contact #31>, 정우미, 2025, 종이에 시아노타입,콘테, 56x76(cm)
<눈맞춤 #31 Eye Contact #31>, 정우미, 2025, 종이에 시아노타입,콘테, 56x76(cm)
0과 1의 세계.​
기억이 한 사람의 전부라고 한다면 부모에 대한 기억이 없는 자는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인지 설명할 수 있을까.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있고 없음만이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슬플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 또한 그러하다. 세계를 보이는 것만으로 이해하지 않으려는 갖은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은 고되다. 대부분이 비워진 사이의 세계에서 숱하게 자신을 가르고 또 자신이어야 하므로 고된 우리들.
<그 길 위에 #21 On the Alley #21>, 정우미, 2025, 종이에 잉크젯,콘테, 56x76(cm)
<그 길 위에 #21 On the Alley #21>, 정우미, 2025, 종이에 잉크젯,콘테, 56x76(cm)
<그 길 위에 #21 On the Alley #21>, 정우미, 2025, 종이에 잉크젯,콘테, 56x76(cm)
<그 길 위에 #21 On the Alley #21>, 정우미, 2025, 종이에 잉크젯,콘테, 56x76(cm)
채우고 싶다는 갈망이 무지함에 대한 몸부림이 된다. 그 고통을 진심으로 대할 때 작업은 그것을 젠체하지 않고 담아낸다. 어느 말간 시야가 세계 안에 텅 비어 투명하게 존재하는 이들을 포착한다. 모름을 넘어 몰라지기를, 잊혀지기를 바라는, 절실히 비워진 삶이 있다. 제 몸을 부수고 가루가 되어 그 가루를 직접 쓸어담는 사람들.​​​​​​​
0과 1. 햇볕에 내놓은 그림은 잉크가 발라진 곳과 발라지지 않은 곳에 나뉘어 색을 낸다. 0 아니면 1. 세상의 슬픈 원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당신을 위해 염원하는 법.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기도는 이렇게 투박하여 얼마나 다행인가. 0 또는 1로 포착한 사이의 당신들을 보다 세밀하게 뒤쫓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기도 앞에 선 자에게도 기도 뒤에 선 자에게도 커다란 위로가 된다.
<눈맞춤 #13 Eye Contact #13>, 정우미, 2025, 종이에 시아노타입,콘테, 56x76(cm)
<눈맞춤 #13 Eye Contact #13>, 정우미, 2025, 종이에 시아노타입,콘테, 56x76(cm)
<눈맞춤 #13 Eye Contact #13>, 정우미, 2025, 종이에 시아노타입,콘테, 56x76(cm)
<눈맞춤 #13 Eye Contact #13>, 정우미, 2025, 종이에 시아노타입,콘테, 56x76(cm)
작품을 보노라면 높은 하늘에 날리는 연이 떠오른다. 위태롭고 자유롭게 올라탄 연의 실을 부여잡고 아래서 올려다본다. 채도 높은 파랑의 차가운 바람. 바람에 날린 먼지가 표면에 자잘한 흔적을 남겼다. 깨끗해보이는 유리에도 햇빛이 비치면 훑고 간 작은 흔적들이 가득하기 마련인 것처럼. 명징한 세계 안에서도 나는 기억이 내 집일지언정 전부라고 단정할 수 없다.​​​​​​​
드러나는 역설과 눈을 맞춘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피하던, 눈이 있던가 하는 자들의 눈을 찾아.
당신이 지난 이 길 위에서.

전시장 전경

2025.02. 
김여준 @kimyo_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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