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laid | Observation | Ongoing | Orbit 겹쳐진 관찰이 나아가는 궤도
Ongoing 정우미

<눈맞춤 #13 Eye Contact #13>, 정우미, 2025, 종이에 시아노타입,콘테, 56x76(cm)
안녕.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냅니다. 아마도 이게 우리 첫 대화가 되겠죠. 어쩌면 마지막일수도 있고요. 어쩌면 입밖에조차 낼 수 없는 말일 수도 있겠죠. 왜냐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당신에겐 내가 없기 때문에. 나에게는 나만 있었으니까.
우리는
겨우 약간의 세포만을 공유하고 있을까요?
같은 시간의 공중에서 침이 조금 섞였을까요?
다른 시간의 발자국을 뒤따라 간 적 있을까요?
겨우 약간의 세포만을 공유하고 있을까요?
같은 시간의 공중에서 침이 조금 섞였을까요?
다른 시간의 발자국을 뒤따라 간 적 있을까요?
본 적 없는 얼굴을 자주 그리워해요. 그래서 피부를 통과하는 일을 서슴치 않습니다. 그저 얇은 막을 넘어 그 아래 숨겨진 너의 모든 주파수를 듣고 싶어요. 몸을 드러내고 차가운 공기에 맞서는 것도 괜찮아요. 눈과 코, 입과 귀. 그마저도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실루엣만 겨우 드러난 사진을 쓰다듬어요. 우리가 얼굴을 마주 하기엔 세상은 너무 깜깜하고 소란스럽죠.

<그 길 위에 #21 On the Alley #21>, 정우미, 2025, 종이에 잉크젯,콘테, 56x76(cm)
본 적 없는 형태에서 익숙한 모습을 찾아내려 노력해요. 이게 손가락, 발가락, 머리통.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까요. 망망대해의 등대가 불빛을 휘두르듯 무작위로 전파를 보냅니다. 비춰진 부분에서 겨우 반응하고 그것을 증거삼아 당신을 탐구합니다.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좋았을까요? 아무 마음도 갖지 않는 편이 좋았을까요. 내장이 있는 줄도 모르게 있다가 통증이 있어야만 존재를 깨닫는 것처럼. 내가 알고 싶었던 얼굴과 뒷모습을 그렇게 영영 몰랐으면 좋았을까요.
가끔은 운명 따위를 수긍하고 가끔은 거부합니다. 빛을 가리는 손바닥과 꾹 감아버리는 눈커풀이 그 증거입니다. 알게 되었으나 모르기로 했고 서로를 덮고 또 서로를 지웠습니다. 빛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림자가 남고 마주 보지 않고 닿지 않아도 어딘가에 푸르게 붉게 검게 각인 됩니다.

<눈맞춤 #13 Eye Contact #13>, 정우미, 2025, 종이에 시아노타입,콘테, 56x76(cm)
시간이 지나면 알았던 것들도 잊혀지고 무엇을 알고 싶은지, 모르고 싶은지도 빛바랜 실루엣만 겨우 남겠죠. 그것을 지울까요. 아니면 간직할까요. 여전히 대답을 모른 채 손을 뻗어 봅니다.
2025.2.
조영아 @aroz0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