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terly | Uncovered | Undying | Universe 완전히 드러난 영원한 우주
2.
Uncovered
장새샘 작가
흉측한 것을 숨기기엔 보드랍고 따뜻한 이불 아래가 적당하다. 누군가는 오늘도 베개 밑에 치부 하나를 숨겨놓았다. 그리고 다시 잠자리에 누워 따뜻한 베개 밑에 손을 넣고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릴 그 조그만 것을 하루종일 생각한다.
살짝만 날카로운 것에 베여도 찢길 얇디 얇은 베갯잇과 피부는 언제 이 치부를 세상 밖으로 뱉어버릴지 모른다. 그걸 알고도 얇은 막을 방패 삼아 사는 우리는 진정 약하기만 한가. 아, 그렇다 하여 강자로 군림할 수 있나. 베개에 머릴 누이고 이불 속에 몸 하나를 꼬깃꼬깃 말아 넣는다. 말린 몸은 때가 되면 도로 펴지게 마련이다.
막을 찢고 모습을 드러낸 상처는 새벽에 번쩍 뜬 눈 같다. 아침과 다르게 새벽에 깨는 잠은 잡념이 들어설 틈 없이 퍼뜩 깨진다.이유는 몰라도 뜬 눈은 그러할 수밖에 없었다. 상처를 드러낸 자는 노파심에 먼저 베갯잇을 찢어 못 쓰게 만들고 그 아래 치부를 들추었다 해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묻은 것은 결국 시간 위에서 터져나오게 마련이다.
<주름, 점 Wrinkle, Mole>, 장새샘, 2024, 양모펠트, 58x34(cm)

<주름, 점 Wrinkle, Mole>, 장새샘, 2024, 양모펠트, 58x34(cm)
내상이 외상으로 스며 나온다. 세게 움켜쥔 듯 주름지거나, 확대한 것처럼 결이 도드라졌다. 꿈은 눈을 감고 그리는 생각이다. 이제 악몽은 빛 아래에서 적나라하게 재현된다. 상처를 드러내기 위해선 내보일 상처가 ‘있어야’ 한다. 이를 꺼내놓는 복기의 과정은 제손으로 한땀한땀 상처를 찌르는 수련적 행위를 거친다. 찌른 자리에 피가 맺히고 살이 뭉친다. 멍이 나고 점이 자란다.
양모펠트로 재현된 상처는 아주 사실적이어서 그것을 찌르는 작업 과정은 은유적으로나 직접적으로나 상처를 내는 행위와 같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 상처는 이불 같이 보드랍다. 상처가 클수록 덮으면 따뜻할 것이다. 숨겨두었던 상처와 치부가 하도 오래 되어 이불에 눌러붙어 버린 것도 같다. 상처를 재현하는 중에 엉켜든 치유는 이것이 나를 위로할 것이라는 섬칫하고도 부드러운 착각이 들게 만든다.
하얗게 질린 얼굴은 몸 위에 새로운 피부를 두르는 상상을, 몸이 마치 제것이 아닌 양 한다. 이제 이것은 보다 질긴 형태로 ‘있는 것’이 된다. 조각을 얹고 나야 새벽부터 깬 눈이 묻는다. 이 상흔은 진정 없는 것인가. 내 안으로부터 나왔다면 원래 그 자리는 비었나. 이것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일어나지 말아야했다는 가정의 위로에 머물러있는가. 이것은 진정 무엇인가.
덮인 소리 하나가 목을 긁기 시작한다.

<멍 Bruise>, 장새샘, 2024, 양모펠트, 각 30x30(cm)

<멍 Bruise>, 장새샘, 2024, 양모펠트, 각 30x30(cm)
<멍 Bruise>, 장새샘, 2024, 양모펠트, 각 30x30(cm)
2025.02.
김여준 @kimyo_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