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laid | Observation | Ongoing | Orbit 겹쳐진 관찰이 나아가는 궤도
2.
Overlaid
은지민 작가

(좌) <멀리 오래 보는 바다 스터디 001 Sea Study: Viewing from Afar and for Long 001>, 은지민, 2024, 필름지,인쇄지,아크릴,색연필,털실, 50x50(cm)
(우) <멀리 오래 보는 바다 스터디 002 Sea Study: Viewing from Afar and for Long 002>, 은지민, 2024, 필름지,인쇄지,아크릴,색연필,털실, 50x40(cm)

<멀리 오래 보는 바다 스터디 002 Sea Study: Viewing from Afar and for Long 002>

<멀리 오래 보는 바다 스터디 002 Sea Study: Viewing from Afar and for Long 002>
수평선은 두 개의 층을 잇는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곳. 하나는 끝이 있고 다른 하나는 끝이 없다. 하나는 심연이고 다른 하나는 고도이다. 하나는 중심을 향하고 다른 하나에는 위아래가 없다. 2개의 다른 액자는 대각선으로 잘라 이어붙여졌다. 바람이 뚫린 액자 사이를 통과한다. 작품이 풍경 속 소리를 머금은 풍경風磬이 된다. 하나일 수 없는 것이 하나로.

<플로팅 씬 Floating scene>, 은지민, 2025, 필름지,인쇄지,아크릴,털실,색연필, 100x50(cm)

<플로팅 씬 Floating scene>, 은지민, 2025, 필름지,인쇄지,아크릴,털실,색연필, 100x50(cm)
표면으로부터 얇게 건져올린 기억. 기억 속 바다는 그 앞에서 얼굴을 때리던 바람과 달리 물기가 없다. 발치의 바다를 지나치는 이들의 인기척이 풍경을 살며시 흔들고 지나간다. 잘게 포착된 바다는 기억보다 더 잦게 끊기다가 다른 온도의 숨결로 되살아나다가 한다. 다른 시간과 바다가 한 데 얽히는 여기. 이것을 정면으로 보고 섰다.

<멀리 오래 보는 바다 스터디 001 Sea Study: Viewing from Afar and for Long 001>

<플로팅 씬 Floating scene>
곧게 뻗은 수평선 위에 무수한 파도가 맺혀 어른거리듯 종이의 단면은 매끈하지 않다. 한줄기의 바다를 쭈욱 뽑아내는 상상을 한다. 그 끝에 무엇이 걸려나올까. 압착된 기억은 바다를 담아다가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 뒤편으로 밀어낸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성실히 기억을 실어나르는 무심함. 잃은 것을 그대로 두자 틈이 자란다. 바람이 든다.
틈으로 불완전하게나마, 돌아갈 수 없는 거리만치에서라도 가만히 바라보라고. 동요하지 말고, 한때 손을 잡았던 우린 애초에 얽힐 수 없었음을, 오랜 시간 가만히 바라보라고 한다.
2025.02.
김여준 @kimyo_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