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이 모였다. 고귀한 것을 추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람에 삐걱대며 흔들리는 지나간 쓸모, 연장된 권위를 위하여.
반복된 형태는 단순한 복사가 아니다. 여기 모인 닭은 다양한 재료로 변주되는 고정된 대상이다. 반복되는 형태와 행위 사이에서 우리는 마주보는 거울 사이에 선 기분을 느낀다. 벽에 맺힌 형상에 느끼는 ‘닮았다’는 감각은 바깥 타자를 향한 착각일까, 끝없이 반사되는 틈 사이에 선 ‘나’를 발견한 것일까?

작품은 보는 이를 바깥 차원으로 상승시키기보다 이 세계에 견고히 발붙인다. 닭은 무한히 신성시되는 동물이 아니다. 길하지만 동시에 우스꽝스럽다. 품위있지만 동시에 경박하다. 주로 왕과 연결되는 닭의 신성함은 또한 중력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권위다. 반복된 닭의 형상은 각기 다른 성질로 엮였으나 직조된 것은 아니다. 이 연결은 감각적인 동시에 투박하다. 새로우나 미지의 것은 아닌 세계. 이 모든 닭들이 친근한 일상의 층위에 놓이는 이유일 것이다.
꼿꼿한 다리, 쳐든 고개, 펼쳐진 벼슬이 가진 이질적이면서 기시감이 드는 기개, 단숨에 잡힐 것 같은 그러나 요란한 날갯짓에 매번 놓쳐버리는 목덜미. 이 친근함을 깨고 닭이라는 정직한 밑그림을 벗겨본다. 껍질을 벗기는 행위를 반복하여 무른 살을 방패 삼아 쉽사리 부서지지 않는 그 핵심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까. 그것은 외피와 무엇이 다르며 무엇이 닮았을까. 웃음 뒤로 삐져나오는 오기, 호탕함 뒤에 자라나는 복수심, 동그랗게 뜬 눈 뒤로 숨겨지지 않는 떨리는 손가락 같은 것들.
더 새로울 것 없다는 하늘 아래 수많은 행위가 이미 부가가치를 더하는 일에 불과하다면. 우리는 허탈한 웃음과 분노의 순환 바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물감을 얹은 붓이 캔버스(또는 나무 판자)에 엮인 팽팽한 실을 튕기는 것을 그려본다. 정형화된 익숙한 울음 소리가 즉흥적으로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세계에 가하는 이 예술 행위는 우스꽝스럽게, 요란하게, 정갈하게, 거칠게 현혹하는 외피 속에 어떤 욕망을 소리치며 뒷덜미를 곤두세울까. 무한히 반복되어 못들은 척 할 수도 없이.
2025.06. 
김여준 @kimyo_jun​​​​​​​, 조영아 @aroze0a
이승철 개인전
《Coq-Imperial》
2025.6.13(금) - 6.26(목)
바움아트스페이스 ✖️ 오브오브젝트
오브오브젝트 구성원들이 바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전시에 관하여 글을 씁니다. 종종 전시장이나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만 전시를 즐겨 보는 것과 일상적으로 예술을 감각하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오브오브젝트는 전시 공간을 운영하면서, 감상자보다는 조금 더 가까이 작품과 공유한 시간과 이야기를 전합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오랜 시간'을 넘어 지그시 바라보고, 그렇게 작품 너머 더 넓은 세계를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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