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아
마음이라는 것이 명치에서 뿜어져 나와 벽에 부딪힌다. 손바닥으로 막아보려고 해도 삐죽 튀어나오고야 만다. 마구 먹어대 자라나 어느샌가 밖으로 머리를 내민다. 길바닥에 떨어진 비둘기 깃털처럼 날아다니다 무겁게 터져버린다.
어떤 마음은 함부로 가볍게 여겨진다. 마치 별것 아니라는 듯, 제멋대로 해석되고 지나간다. 산뜻함도 없이, 그저 쉬이 발라지는 의미를 누구보다 눅진하고 끈적하게 다루고 싶다. 겨우 입 밖으로 튀어나온 모든 고백들을, 그 고백들의 흔적까지도 품어내는 일을 해내고야 만다.
쉽게 말해지며 쉽게 결론 난 것일수록 다시 들여다본다. 너무 많이 들은 말일수록 그 횟수를 셈해 기록한다. 사랑사랑사랑 그 모든 모양을 귀담아들으며. 흔하다고 하는 말을, 그래서 다 알겠다는 말을 뒤섞어 아주 긴 시간을 들여서 아주 어렵고 조심스럽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아끼면서 꾹꾹 겨우 눌러써야 했던 문장, 버려지기 위해 만들어낸 문장, 무작정 뱉어 버린 문장. 말과 소리는 저 어딘가 뒤꿈치에서, 무릎에서, 배꼽에서부터 자생한다. 그리곤 어깨까지 가뿐히 날아와 영원한 진동으로 몸을 감싼다. 반드시 부딪혀야만 하는 파동처럼
완전히 섞이지 않은 채 서로를 안고, 말해서는 안 될 때에도 결국 말해버리고, 터져버리고, 울어버리고, 종종 오염되어 버린다. 자주 울고, 자주 생각한다. 스스로가 만든 벽에 안기며 겹친 틈새만큼 자기만의 집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이 된다. 그것이 멀리 나가는 길이 아니라 깊이 들어가는 계단일지라도. 
2025.3.
조영아 @aroz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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