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아
응시하는 것을 응시하기
누군가는 다른 이들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본다. 인류에게는 없는 촉수가 그에게만 불쑥 돋아나 있는 것처럼. 어떤 이는 다른 이가 가지지 못하는 것들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더더욱 그렇게 만들어진다.
대게 사라진다고 믿어지는 것들이 그에게는 조금 더 긴 시간 머물러 있다. 그는 깊은 날 동안 그것을 붙잡는다.
어떤 것은 그의 기록에만 남겨진다. 없어지는 것이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어딘가에 자국을 남긴다. 이내 그는 무언가를 증명해내야 한다는 듯이 나에게 보여 준다.
대게 사라진다고 믿어지는 것들이 그에게는 조금 더 긴 시간 머물러 있다. 그는 깊은 날 동안 그것을 붙잡는다.
어떤 것은 그의 기록에만 남겨진다. 없어지는 것이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어딘가에 자국을 남긴다. 이내 그는 무언가를 증명해내야 한다는 듯이 나에게 보여 준다.
잘 봐. 내가 잡았어.
그 말은 다짐이자 주문이고, 누군가에게는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의지와 감각이다.
그 말은 다짐이자 주문이고, 누군가에게는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의지와 감각이다.

황효철

황효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진은 그런 의미다. 소유의 순간을 여전히, 아련히 지속하고 싶은 간절함. 특정 시점을 갖게 되면 그는 언제나 앞뒤를 데려온다. 지어진 집에는 터가 있고, 집을 지은 자가 있고, 문을 드나드는 생물체가 생기기 마련이다.
올라가는 시간들, 쌓여지는 시간이 보인다. 벽의 표면을 따라 시간이 흘러가 만들어진다. 드나드는 어떤 사람은 벽을 보지 않는다. 시간을 올리고 벽돌 사이를 지난 사람에게만 그것이 보인다.
올라가는 시간들, 쌓여지는 시간이 보인다. 벽의 표면을 따라 시간이 흘러가 만들어진다. 드나드는 어떤 사람은 벽을 보지 않는다. 시간을 올리고 벽돌 사이를 지난 사람에게만 그것이 보인다.

황덕희
어떤 때는 영원히 반복된다. 일련의 과정이 연속된 후에야 무언가가 완성되는 것처럼. 같은 일이 또 벌어진다면 그 일은 계속되는 것일까, 지속되는 것일까. 영원히 반복된다면 끝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포착된 풍경은 이렇게 말한다. 이 풍경은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다시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절대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계속되는 움직임도 늘 낯설 수 밖에 없다. 반복되는 것들은 시간의 표면을 두드리며 통과하고, 이미 지나간 것들이 지금에 얹혀 새로운 자국을 남긴다.

최기영

최기영

최기영
서로의 피부가 문질러져 경계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한 덩어리로 붙어 있다면, 우리는 같은 냄새를 풍기게 될까. 같은 맛을 기억하게 될까. 서로의 몸에 스며든 시간들이 뒤섞여 더는 구분할 수 없게 된다면, 어디까지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게 될까. 끝내 상대의 가장 깊은 부분까지 갉아먹게 될지도 모른다.
서로를 밀어내며 만든 틈에 스며든 것들은 나중에야 겨우 발굴된다. 서로의 표면 아래서 썩어가기도 하고, 굳어지기도 하는 것. 공유된 덩어리들은 끝내 남거나 사라진다.

정경식

정경식

정경식
자라나던 열매의 알맹이가 주름지고 쪼그라드는 동안, 시간은 표면을 갉아먹는다 남는 건 찢기고 뜯긴 표면. 돌아가는 고개들, 떨어지는 이파리들, 삭아가는 결. 끝내 완성되지 않고, 붙잡히지도 않는 흐름들.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증식하다가, 터져 나오는 시간의 잔해들. 그는 표피를 더듬으며, 사라진 순간의 잔해를 긁어내고,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을 붙잡으려 한다.
그렇게 그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도를 넘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시간과 흔적에 집요하게 응시한다. 그것은 지워지지 않고, 오래도록 퇴적된다. 누군가의 눈을 빌려 내 피부에도 비슷한 자국을 남겨본다. 그의 앞을 지나던 시간이 방금 내 곁으로 돌아왔다.
2025.2.
조영아 @aroz0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