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준
길을 잃지 않으면서 우연한 만남을 꿈꾸는 법. 
(방학숙제와 만든 예기치 못한 장면들을 생각하면서.)

인생은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다. 계획을 플랜Z까지 세워도 안되는 것들이 있고, 기대치 않았던 일은 아무 노력도 들이지 않고 벌어진다. 수많은 변수 사이에서 변하지 않을 상수는 무엇일까. 
혼란 속에서도 사랑을 꿈꾼다. 바른 정신은 원하는 사랑의 모양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그것을 의심도 않고 찾아나선다. 그러나 사랑 또한 세상의 것으로 많은 경우의 우연적 조합으로 발현한다. 각각의 삶에 아주 구체적인 형태, 그것을 일맥상통하게 엮으려다보니 우리는 같은 말 안에서 부딪힌다. “나의 사랑은 가능하지만 너의 사랑은 넌센스.” 사랑은 어쩌다보니 블랙홀 혼란 그 자체다. 
사랑이라는 관념이 우리를 멀리 보내는 동시에 흩뿌린다. 그 와중에 무심히 날아가지 않는 결정체들이 있다. 누군가는 찌꺼기라 부를 것을 사랑을 향한 사랑이라고 부르겠다. 사랑을 향한 맹목적 환상과 믿음, 의지를 담은 묵직한 밀도. 해류 속 땅바닥을 구르며 부르는 노래는 사랑이라는 현상을 넘어선 사랑을 향한 사랑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사 찾아나서기 전에 사랑이 찾아들지 모른다. 그런 낭만을 조금이라도 품었다간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험길에서 온몸에 상처가 나다가 한참 뒤에야 떠나온 곳에 사랑이 있었구나 할지도 모른다. 원래 그런 것이니까 그런 대로 두고, 사랑 아닌 사랑을 향한 사랑을 품는다. 그것에 매달려 빙빙 돌아가는 세상을 빛의 속도로 가로지르기. 
빛의 속도를 넘어서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근접할 수만 있다면. 거대한 중력을 거스르지 않고 내달리는. 사랑만으로는 하지 못할 일들이 그토록 많이 목격되고 또 베이고 다시 불쑥불쑥 벌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사랑을 향한 사랑. 변하지 않는 것은 그것.
2025.03. 
김여준 @kimyo_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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