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terly | Uncovered | Undying | Universe  완전히 드러난 영원한 우주

4.

Universe 
J.Martin 작가​​​​​​​
<백선 해바라기 The Black Flower>, J.Martin, 2024, pen on canvas, 37.9x37.9(cm)
처음으로 돌아가자.
점을 이어 선을 만들고, 선을 겹쳐 면을 만드는 수행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다 되었다, 하고 던져진 꽃 하나는 다시 이파리 한장한장 흩어져 날린다. 까만 우주 뒤편을 채운 선 하나하나를 헤아린다. 처음으로. 정갈한 표면 위에 떠도는 시간과 존재의 부스러기가 펜을 쥔 손 안에 까끌거린다. 
존재의 발현은 발견에 의한 것이 아니다. 우주는 발견되지 않은 행성과 은하, 먼지를 품는다. 이들을 위해 작가는 펜을 들고 획을 긋는다. 사건이 된 것과 그렇지 못한 것들. 무엇을 물을 수 있을까. 정해진 수의 꽃잎이 만든 하나의 생은 상상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이다. 
<백선 해바라기 The Black Flower>, J.Martin, 2022, pen on canvas, 40x40x2(cm)
접속사 없이 써내려가는 거대한 사실 집합. 
손을 뻗어 마중나온 손에 응답한다.
부대껴도 거리낄 것은 없다. 

흑색 배경에서 피어오른 하얀 해바라기는 ‘그러함’이다. 조화가 주는 평안함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무뎌진 일상 속에서 마땅히 그러함을 찾는 고됨을 우리는 안다. 적당함과 적절함을 찾는 일상의 시간은 이상이 된다. 
구태여 거스르지 않고, 영원할 무지 앞에 겸허히 서서. 한 자리에 피어난 꽃이 이제 캔버스를 가득 메우는 것을 바라본다. 흑과 백의 명확함은 캐묻지 않는다. 그러함은 나를 그냥 그렇게 둔다. 이 위로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있다. 무수한 진동 속에 그렇게 꽃이 피었다. ​​​​​​​
<백선 해바라기 The Black Flower>, J.Martin, 2022, pen on canvas, 40x40x2(cm)
<백선 해바라기 The Black Flower>, J.Martin, 2024, pen on canvas, 37.9x37.9(cm)
2025.02. 
 김여준 @kimyo_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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