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
머리 위의 별빛은 헤아릴 수 없는 시절의 시선. 별의 깜박임 한번에 타오르고 사라지는 나의 생.
홍덕희
홍덕희
홍덕희
홍덕희
홍덕희
홍덕희
시선은 수평선에 이어진 점들을 훑어나간다. 바위와 섬으로 밀려와 부서진 영겁의 파도와 그에 밀착해 태어나고 스러지는 것들을 생각한다.
바다는 캄캄한 시간을 휘돌다가는 뒤늦게 나의 발치에 도착한다. 무심히 쓸어간 나의 흔적도 먼 곳으로 도달할 것이다. 모래에 귀를 대고 바다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주 오래 전부터 속삭여진 이야기. 떠난 이들의 삶은 바람에 쓸려 닳아지고 부서지고,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 때에 비로소 자유가 된다. 바다는 오래된 증인으로서 그저 읊조린다.
모두가 사라지고 난 후에도 영원히 속삭여지는 이야기.
정경식
정경식
정경식
정경식
정경식
정경식
내면의 방을 거닌다. 삶과 죽음의 사이에 남겨진 것들. 유품들. 생의 흔적이자 죽음의 증거가 되는 오브제들.
그곳에 분명히 있었던 몸짓의 초상. 환희와 유희로 흘러넘친 폭죽놀이의 잔해. 나날이 투명해지는 삶의 실루엣. 소멸되는 것은 두렵지 않다. 영원히 남겨지는 것은 비참함이다. 알록달록한 삶의 흔적과 흥겨운 춤이 투명한 시간 위로 흐르며 남은 이들을 웃게 하다가는, 언젠가 빛이 되는 것을 바랄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자유롭게-.​​​​​​​
최기영
최기영
최기영
최기영

최기영

심장에 존재하는, 아주 질긴 것.
타인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이 있다. 발목을 잡는 것, 옷깃을 잡아 끄는 것, 걸려 넘어지도록 준비된 것, 악의는 없지만 치명적인 것, 사고와 같은 마주침. 기억되지 않고 이름 없는 이들의 질기고 유해하고 거칠고 때로는 날카로운 삶의 조각.
온 몸에 생채기가 나면서도 파헤쳐 끄집어낸다. 어느 순간 찾는 자는 발견되려는 자가 된다. 지하로부터 지상으로 올라오려는 몸짓이 된다. 슬픔과 고통이 전이된다. 결국엔 모두 녹초가 된다.
마침내 파헤쳐 끌어올린 오래된 사랑은 낡고 지쳤고 지독하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우주에 남아 마음의 주인이 가졌던 집념에 가까운 사랑을 증거한다.
황효철
황효철
황효철
황효철

황효철

사라질 것들에 의미가 있을까? 
매일 같은 것을 자문하며 걷는 길 위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사물일 뿐만 아니라 사건이다. 달콤한 허무가 뇌를 마비시키려 할 때에, 풍경은 바람을 타고 영혼을 두드린다.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하게 시간은 공간을 주물러 손질하고 우리의 피부 위에 흉터를 새긴다. 오래 된 친구들처럼 내게 미소하는 벽과 지붕들이 연속된 찰나에 숨을 불어넣는다.
나는 달리기 시작한다. 풍경이 빠르게 나를 따라잡는다. 발효시킨 빵처럼 시큼하고 향긋한 시간들.
2025.02. 
이라 @ila_ag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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