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terly | Uncovered | Undying | Universe  완전히 드러난 영원한 우주

3.
Undying 
한수연 작가​​​​​​​
(왼쪽) <레뎀티오 1 Redemtio 1>, 한수연, 2024, 캔버스 위 유화, 97x130(cm)  / (오른쪽) <레뎀티오 2 Redemtio 2>, 한수연, 2024, 캔버스 위 유화, 97x130(cm)
뭉개진 풍경은 성화(聖畵)를 닮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빛줄기 아래 엎드린 나약하고도 존엄한 인간, 무릎꿇은 이에게 안수하는 존엄하고도 나약한 인간이 없다. 지워진 이들의 자리 위로 연기가 된 배경이 뒤덮는다. 피어오른 고통은 흐릿한 연기 속에서 제대로 모습을 보인다. 
‘연기가 되어 사라진다’는 것은 사실과는 다른 고행자들의 절실한 믿음일까. 눈앞에서 사라졌을 뿐 입자로, 기억이라는 신호로, 세계의 더욱 필연적인 일부가 되어버릴 것을. 매캐한 연기에 눈을 감고 코를 막아도 혼란과 이로 인한 고통은 더 작고 섬세하게 살과 삶 겹겹이 침투한다. 
물감의 대류는 캔버스 바깥으로 공기를 밀어보낸다. 평면을 벗어난 표면 위에서 관람객은 발밑으로 경계가 흘러가는 것을 본다. 배경으로 무너져내린 인물처럼 물아의 상태가 된다. 자신의 테두리를 잃는다.

<레뎀티오 3 Redemtio 3>, 한수연, 2024, 캔버스 위 유화, 65.6x100.5(cm)

작품을 바라보는 이는 바깥에 선 관찰자이며 동시에 저 안을 뒹구는 고통받는 자, 그리고 고통이다. 나는 고통이며 동시에 고성을 지르는 행복, 해방된 울화, 쉽게 꺼져버린 슬픔이다. 번지지 않으려는 불길, 스스로 무너지는 기둥, 물아 그리고 몰아.

<레뎀티오 1 Redemtio 1>, 한수연, 2024, 캔버스 위 유화, 97x130(cm)

잊는다는 것, 잊힌다는 것, 사라지는 것은 고통 속 유일한 희망이다. 아주 작은 단위도 가늠할 수 없는 이들의 불굴의 의지가 만드는 혼란과 질서. 이 전경의 관찰자이자 당사자이며 그 자신인 나는 질긴 연기(緣起)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나는 누구인가, 누구였던가. 

존재의 얽힘 속 망각은 죽음과 동일하지 않다. 

어렴풋하게 보이는 풍경. 
엎드린 이가 여기 있습니다.


<레뎀티오 2 Redemtio 2>, 한수연, 2024, 캔버스 위 유화, 97x130(cm)

2025.02. 
김여준 @kimyo_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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