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4+D (Human 14+ Days) | 김예람 (더+보기×부기우기÷우기기)

빛의 잎맥
김예람
쌀알의 무게를 생각한다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손톱 끝으로 집어야
손바닥 위에 겨우 놓이는
작가는 쌀알 위에 빛을 칠한다
떨리는 손끝은 이파리를 따라가고
틈새에 갇힌 빛 한 조각을 꺼내려 한다
처음에는 쌀알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울퉁불퉁한 표면이라고 여겼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이던
푸른 잎맥 위로 흐르는 빛
반절쯤 왔을 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을까
남은 쌀알들로 밥 한공기 해먹고 싶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쌀알들은 촘촘히 제 자리를 찾아
푸른 파동처럼 흔들리며
빛의 입자가 되었다
작은 점들이 모여 잎맥을 이루고
푸른 잎맥 위로 흩어지는 빛의 향연
손끝의 작은 입자가 피워낸 숲
202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