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terly | Uncovered | Undying | Universe 완전히 드러난 영원한 우주
1.
Utterly
장민혁 작가
‘공포’라는 단어가 불러내는 경험은 모두 개별적이나 그 각각은 다시 공포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수밖에 없다. 감정과 감각 속에 길을 잃을 때 우리는 낱낱의 경험으로 도피한다. 하지만 결국 언어의 모호함으로 돌아온다. 압도된 순간 기댈 곳은 겨우 뱉는 숨이 통과하는 개념적 구멍.

<무제 untitled>, 장민혁, 2024, 패널 위 철,실리콘,혼합재료, 130.3x193.9x35(cm)

<무제 untitled>, 장민혁, 2024, 패널 위 철,실리콘,혼합재료, 130.3x193.9x35(cm)
줄을 지어선 요철은 본 적 없는 생명체의 태동을 상상케 한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괴생명체들은 미끌거리거나 끈적거리거나 까끌거리거나 등 패턴과 질감을 갖는다. 그것들은 흩어진 파편, 이미 생명이 아닌 것들, 생명일 수 없는 것들을 자력(磁力 또는 自力)으로 엮어 맥박처럼 고동친다. 원동의 패턴이 작동하여 생명체가 될 때 그 장면을 보는 우리는 불길함이 무엇이 될지 알고 있다. 이것은 우리를 ‘압도할 것이다.’
크리쳐는 인간 정도의 크기거나 더 크다. 또는 인간 크기 정도는 쉽게 다룰 능력을 지닌다. 우리는 그 크기의 생명체를 저절로, 보다 동등하게 바라본다. 앞에 선 세 작품 모두 신체와 맞먹거나 더 크다. 관람객은 제멋대로 찌그러질 수 있는 피부와 공기를 겨우 막으로 삼는다. 한없이 나약한 몸을 기꺼이 내어놓고 육체만큼이나 연약한 물성이 골고루 뒤섞여 만든 육중한 물체 앞에 서기를 반복한다.
<무제2 untitled2>, 장민혁, 2024, 패널 위 철,못,가죽, 130.3x130.3x4.7(cm)

<무제2 untitled2>, 장민혁, 2024, 패널 위 철,못,가죽, 130.3x130.3x4.7(cm)
다만 이것은 굳어있다. 봉합된 지점은 열리는 문이거나 닫히는 문, 발산이거나 수렴의 경계. 만들어지는 중이거나 사후의 것. 경계는 공포 사이에 겨우 뱉는 숨과도 비슷하다. 압도된 우리는 빠져나갈 틈을 찾는다. 여긴 어디인가. 이것은 사전과 사후, 그 사이 그 어느 지점도 아닌지 모른다. 연결을 뛰어넘는 유기체처럼, 인과적 시간을 뛰어넘은 자리에 선 문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박제되어버린 자를 비추는 거울인지도, 마지막으로 자비를 구할 수 있는 게이트인지도 모른다.

<무제3 untitled3>, 장민혁, 2024, 패널 위 우레탄폼,철, 97x145.5x약25(cm)

<무제3 untitled3>, 장민혁, 2024, 패널 위 우레탄폼,철, 97x145.5x약25(cm)
<무제3 untitled3>, 장민혁, 2024, 패널 위 우레탄폼,철, 97x145.5x약25(cm)
선택은 없다. 앞을 향하여 뚫린 눈과 입구멍을 벌려놓고, 쏟아지는 일련의 감각을 무자비하게 들이마신다. 그러다 불현듯 말라버린 틈에서 바람이 새어나오면, 눈동자 없는 이가 눈을 뜨면. 짓누르던 무게와 옥죄던 공기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수반되었던 이가 땅에 발을 내려 딛는다. 곧게 선다. 눈을 맞춘다. 우린 이제 공포를 벗고 숭고와 마주한다.
2025.02.
김여준 @kimyo_jun